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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새벽

태백산 여명

by kkiri 202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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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면 , 고3이 되는 아들녀석...

이제 고3이 되면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을것같아, 태백산을 등반하자고 하여 같이 집을 나섰습니다.

 

 아들녀석을 앞세우고, 무박2일 산행으로 하고자 한 것이지요.

청량리에서 22:40 에 출발하는 태백행 기차에 몸을 싣고 밤새 헉헉거리며 하얀 숨을 내쉬는 기차를 타고

태백에 도착하니 눈은 점점 쌓이고 있는 그 시각... 새벽 3시....

 

도시는 잠들어 있고, 펑펑 내리는 눈길에서 길잃은 강아지마냥 눈을 말갛게 뜨고 있는 두어대의 택시뿐이었습니다.

 

 태백산 등산로 입구인 유일사입구 까지 가기위해 택시를 타고 산 밑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네요..

 

너무 이른시간이다 싶지만, 겨울의 다른날보다 따뜻한 날씨를 믿고 아들을 앞세워 산을 올랐습니다.

  눈은 그쳐 오히려 포근한 감이 드는 날씨네요.

물론, 두툼한 장갑과 튼튼한 아이젠 그리고헤드렌턴과, 몸을 따뜻하게 할 온갖 두터운 옷과 끓인 물... 준비는

철저히 했습니다.

 

 아들을 앞 세우고, 아들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산길을 올랐습니다.  사위는 아직 어두워 컴컴했으나,

든든한 아들 덕분인지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태백산 오르는 길은 그닥 급경사가 없는 밋밋한 산길이고 , 아직 눈이 녹지않아 미끄러운  길을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금새 정상입니다.   저만큼 천제단이 보입니다.

 

천제단옆 주목과 여명

 

 그러나 하늘은 아직 어둠에 쌓여 밝아올 기색은 없는데, 정상에서 부는 바람은 칼같기만 합니다.

후딱 천제단 바위 벽 아래에 바람을 피하고자 하니, 먼저온 등산객들이 여나믄 사람이 서성거리며 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연신, 아들에게 "춥니? 움직여라 조금이라도 덜 추울것이다 " 하면서 동녘하늘을 보니 부옇게 바알간 색이 보입니다.

 

이제 불덩이 같은 노란 해가 떠오릅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민족의 성산 태백산의 천제단에서 떠오르는 하늘을 본다는 감동으로 동녘을 마냥 바라보면서,추위도 잠시 잊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으니, 허기가 집디다.... 배낭속에 넣어온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천제단의 벽을 바람막이 삼아

 기대앉아 덜 익은 컵라면을 후루룩 불어가며 정말 ..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들은 불덩이 같은 해를 보며 어떤 느낌이었을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영산 태백산을 오르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연을 업수이 여기거나 자만하지 않는 마음을 가졌으리라 믿습니다.

 

... 적어도 뭔가 한 가지 이상의 깨달음은 자신도 모르게 얻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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