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 목장의 겨울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했으나, 가장 좋은 시기를 맞추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눈이 많이 온 다음날이나 바람이 무척 부는 추운날이나... 카메라에 가장 극적으로 촬영될 수 있는 피사체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날에 내가 시간이 나는 경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어떻든.. 맘 맞는 카메라맨들 몇명과 함께 떠난 , 어느 이른 토욜날 아침 ..... 일행중 한 사람이 가져온 벤츠를
(난생 처음 벤츠를 타 봤습니다.ㅎㅎ )타고 양떼목장을 찾아갔던 그 날은 정말 쪽빛 하늘이었고 구름한 점 없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있었지만, 근처 지르메 양떼목장으로 들어가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야 양떼목장을 찾아갔는데..
너른 언덕이 보이는 대관령 양떼목장은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기는 하였으나 이미 눈이 온지 며칠 지난터라 무릎까지 쌓인
눈은 딱딱해지고,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빈틈없이 발도장이 찍혀있었습니다.
좀 더 멋진 광경을 담고 싶은 욕심은 있었으나, 그냥 있는 그대로 만족하고 이곳저곳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날씨조차 정말 포근하고 하늘은 푸르다못해 검기까지 하다고 할만큼 상쾌한 겨울날이었습니다.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자작나무가 몇그루 그 키를 자랑하듯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 그 춥고 바람불던 기인 겨울을 무사히 넘긴것을 뻐기기라도 하듯 굳굳이 서있는 모습입니다.
언젠가는 작나무 숲을 그림으로 그려보려고 합니다..
손으로 누르면 쑤욱 들어갈듯이 연한 그 나무 줄기는 유달리 해충들이 서식하기 좋아하는 나무라 자작나무 이 잘 조성된 곳을 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어느해 겨울 정말 미친듯이 추웠던 어느 겨울... 설악산을 올랐었을때, 저렇게 깊게 패인 길만 나 있었고, 그 옆 한 발만 어긋난 곳을 디디면, 부드러운 눈이 무릎까지 푸욱빠지던 그런 기억이 났습니다. 정말 힘들게 했던 겨울 설악 산행이었죠.
양떼목장은 약간의 입장료를 받는덕에, 관리인들이 저렇게 산책로를 잘 내놓았을거라 생각하면 한편 정말 고마웠습니다.
... 앞서가는 일행은 등산화도 아닌 평상화로 이 길을 걸을 수 있는것만 보아도 목장 측의 많은 배려가 있음을 알 수 있었죠.
눈보라 치는 배경으로 익히 보아왔던 모델 나무를 찍어봤습니다.
누군가 멋진 모델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길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멋진 경치는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어울렸을때 가장 멋져 보였던 것을 생각했었던 것이지요.
양치기의 초막은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고 묵묵히 그 임무를 다하는것을 넘어,
정말 멋진 경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저 초막 하나를 찍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만큼 멋진 모델이었습니다.
언덕너머 뒷쪽의 삼나무 숲은 정말 보기 좋은 그림자를 보여주었는데.....
그림자와 해님을 표현해보기 위해 조리개를 잔뜩 졸이고, 빛갈림이 보이는 해님을 만들어봤습니다.
저 기인 그림자는 가는 겨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고자하여, 저 그늘은 유달리 을씨년스럽고 추워보입니다.
저 숲 그리메는, 솔섬을 생각나게 합니다...... 저 숲 머리에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 그림이라면...
정말 멋질것이 분명한데.. 다음날.... 좋은 기회에 다시 와서 그 모습을 담아봐야겠습니다.
입장료 3,500원을 받고 있었으나, 그 금액은 양에게 먹일 건초값으로 받는다는 말이 써 있더군요..ㅎㅎ
뭐 그 넓은 언덕에 사람이 다닐수 있게 길을 내 준것만으로도 억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날이 풀리고 이 언덕이 전부 푸르름으로 뒤덮여 양들이 뛰어 놀 무렵이면, 다시 이곳을 찾아와야겠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더 활발한 모습으로 생명의 신비를 충분히 느낄수 있는 시기일테니까요.